photo & story2016. 3. 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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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시작한 이후로 내 개인작업의 99%는 흑백필름으로 촬영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 혼자 모든 프로세스(현상, 인화)를 할수 있기 때문이다. 흑백필름을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도 비슷할것이다. 하지만 흑백필름이 주는 특별함과 그"맛"은 칼라필름, 디지탈이미지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고유의것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닐때 유독 "Zone System"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커리큘럼덕분?에 한동안 "그것"에서 허우적 거린, 아마 지금도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말하는게 솔직할듯 싶다. 아니 "그것"을 지우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다. 

*Zone System-안셀아담스와 프레드아처가 1930년대에 촬영, 현상방법을 통해 흑백인화지에 톤을 0부터 10까지 일정하게 표현할수 있는, 대충 그런 방법같은거다. 자세한건 여기를 참고하길. 

지금도 존시스템을 기반으로 열심히 작품활동을 하는 사진작가들이 많이있다. 비단 흑백뿐만 아니라 칼라에도 적용되는 "그것"을 추구하는 그들을 폄하할 생각도, 그럴 자격도 나는 없다. 


여기 뉴욕에 있는 대학을 다닐때 사진수업을 두학기정도 들었다. 미국은 어떤식으로 사진을 가르치는지 궁금했기도 했지만, 일단은 쉽게 학점을 따자라는 생각에 들을 필요도 없는 수업을 신청했던 기억이...:)

한국에서 사진과로 대학원을 다닌 나로선 사진과도 아닌 그냥 미대에 개설된 사진수업이 별거 있겠냐 싶어 부담없이 수업을 시작했지만, 수업이 진행될수록, 다음학기에 또다른 교수의 수업을 들을수록, 그리고 한 사진교수와 Independent Study(교수와 내가 1:1로 수업을 진행하는, 일정한 날짜와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서로 의논하면서 한학기동안 작업을 끌고가는 수업)까지 하며 지냈던 여기 대학사진수업은 실로 나에겐 크나큰 충격과 변화로 다가왔다. 

한국에서 서양사진역사를 배울땐 거의 모든 내용을 미국, 유럽에서 써진 책의 번역본으로 가르치고 배운다 (이 번역본들도 대부분 일본번역본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책들이다-얼마나 오역이 많을까...). 사진사의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서양사진역사, 특히 미국사진역사에 집중하는 이유는 아마도 많은것들이 유럽에서 발명, 시작됐지만 미국에서 꽃을 피운 결과도 있을것이고, 뭐 당연한 경제논리도 영향을 미칠것이고, 등등등.  


여기 브룩클린에 있는 대학교의 한 노교수가 수업중 들려준 얘기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다이안 아버스(미국에선 "디안 아버스" 라고 주로 발음한다)에 대해서 공부할때다. 사진역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너무나 친숙한 이름. 실제로 내 교수가 Cooper Union(뉴욕의 유명한 사립학교)학생으로 있을때 다이안 아버스가 사진과 교수였었다고. 다이안 아버스는 수업중 학생들에게 자기사진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이 모델을 만났으며, 어디서 어떻게 촬영을 했냐를 거침없이 들려줬다고 한다. 

중절모를 쓴 난쟁이가 옷을벗고 침대에 기대어있는 사진이 있다. 다이안 아버스는(태연하게) 학생들에게 이사람을 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촬영을 하고 싶다고 제안했고, 그는 그럼 자기한테 무엇을 해줄수 있냐고 물었고, 다이안은 내가 해줄수 있는게 있다면 기꺼이 해주겠다고 했고, 모델은 섹스를 원했고, 다이안은 그러자고 했고, 그리고 모텔방에서 촬영을 한거라고 학생들에게 수업중 얘기해 주었다고 내 교수는 우리들에게 수업중 얘기를 했다. 


거창한, 알아듣기도 힘든 한문, 외래어, 외계어까지 써가며 누군가가 이미 수십수백년전에 얘기했던 내용을 외워 마치 자기생각,이론인냥 아는체하며하는 시덥지않은 강의들보다 가슴으로 느껴지는, 예술은 원래 그런거다. 

장비, 테크닉, 이론등에 기대지 않고도 자유로운 상상력과 예술을 향한 미침(Lunacy)으로 시작, 그것에 꾸준히 몰두하며 주변의 어떠한 얘기들, 충고들과 맞설수 있는 두둑한 배짱을 소유한 사람들은 충분히 세상을 놀래키고 변화시킬수 있는 작업을 할수 있다고 믿는다.





Times Square, NY, 2015



Times Square, NY, 2015



Untitled, NY, 2015



27 Street, Chelsea, NY, 2015



내가 이집으로 이사왔을때 전에 살고 있었던 대만사람이 냉동실에 수십롤의 필름을 놓고 이사를 갔다. 몇롤는 촬영된 거지만, 대부분은 유통기한이 한참지난 박스채의 35mm 칼라 필름들이다. 칼라필름을 현상하려면 돈이 흑백으로 직접할때보다 몇배는 더 들고, 유통기한까지 지났으니 처음엔 버리려고 했던걸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암실 한쪽구석에 처박아 놓았다. 


그리고 작년에 문득 그 필름들이 생각이나서 사용했다. 작년말부터 올해초 한국에 갔을때까지 몇롤을 사용하고 얼마전 현상을 맡겨서 스캔을 받았다. 

칼라필름이 주는 매력에 빠질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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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ason Ri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