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eople2017. 2. 18. 13:56


며칠 전,  

아침에 치과에 예약이 되어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가는길에 친형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한눈에 들어왔다. 

큰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형이 기억하는 큰아버지에 대해서 짤막하지만 가슴을 울리기엔 충분하고도 남은 글이었다.  

나역시 그순간 큰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봤다. 

어렸을때 가끔 서울에 있는 우리집에 오셔서 한지와 대나무로 우리반에서 제일 잘 나는 연을 뚝딱 만들어 주시고 시골로 돌아가셨던 기억. 

겨울에 시골에 가면 얼음썰매도 만들어 주셨고, 여름엔 친구들과 큰집 근처의 유원지에 놀러갔을땐 조카와 그 친구들이 왔다고 엄청나게 신경써 주셨던 기억들...

나이가 드시면서 유독 친할머니와 많이 닮아가셨던 큰아버지. 

작년이맘때 한국에 방문했을때 큰아버지댁에 놀러갔는데 감기가 걸리셨다고 가까이도 못오게 하셨었지만, 그래도 설날이라고 가족들과 다같이 약주도 한잔 하셨던 큰아버지. 


나이를 먹는다는건 좋은점도 많지만, 한편으론 주변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슬픔도 함께 찾아온다. 

여기에 있는 동안 작년의 외할머니 장례식, 큰아버지 장례식, 그리고 가족, 친척, 친구들의 경조사를 모두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도 한국에서 날아든 갑작스런 비보에 순간 충격과 슬픔으로 가득찼지만 오후에 있을 촬영생각을 함께 버무리며 치과에서 작업실로 돌아가는길에 문득 너무나 이기적인 내 자신이 원망스럽고 미웠다. 


작년 설날 시골에서 가족들과 식사중 촬영했던 사진들은 결국 나의 게으름과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해 끝내 큰아버지께 보여드리지 못했다. 






큰아버지, Jan,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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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ason Ri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