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story2011. 10. 15. 11:14
Jennifer Vorbach
뉴욕에서 활동하는 아트 컬렉터이자 예술 애호가.

그녀에게 사진을 주러가는 지하철안, 문득 사진작가
에드워드 스타이켄(Edward Steichen, March 27, 1879-March 25, 1973-Wikipedia)의 일화가 떠올랐다. 

1900년대 초 에드워드가 뉴욕의 젊은 사진가로 활동하던 중 J.P. Morgan(John Pierpont Morgan, April 17, 1837-March 31, 1913-Wikipedia) 이라는, 지금도 가장 큰 금융회사중 하나의 총수가 그의 카메라 앞에 앉았다. 한손에는 칼을 쥐고 응시하는 Morgan의 포트레이트는 지금은 굉장히 유명하지만, 그당시 Morgan은 촬영후 그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 구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후 500불을 제시하며(그당시의 500불은 아마도 꽤 큰 액수였을듯) 재구입을 요구했지만 사진가는 그 사진을 팔지 않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사진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난 촬영때 폴라로이드를 이용해(지금은 매우 구식 스타일) 미리 이미지를 보여주고 모델에게 잘나오고 있다고 안심을 시켜준다(물론 본 촬영전 최종 점검의 기능도 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혹시나 마음에 안들어도 예의상 내 앞에서는 마음에 든다는 제스쳐나 감탄사를 연발하곤 하는데,
두달전 위에서 언급한 Jennifer와의 촬영중, 폴라로이드를 본 그녀는 실망하는 표정이 얼굴에 가득한 채 나에게 마음에 안든다고 말했다, 장난이 섞인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순간 당황했다. 본촬영때는 더 잘나올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 역시 아쉬움과 약간의 좌절감으로 촬영을 마쳤다. 너무나 친절하고 겸손함까지 갖춘 그녀였기에 나 스스로에게도 화가 나 있었던거 같다. 

필름현상 후 이미지를 스캔하고 나서야 내 마음이 조금은 안심이 되는걸 느꼈다. 한달전 그녀의 친절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몇장의 이미지를 이메일로 보내줬더니 다음날 바로 답장이 왔다.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그리고 오리지날 프린트 두점을 구입하고 싶다는 내용과 함께. 
다시 한달이 더 지나 프린트를 가지고 그녀의 아파트를 찾아갔다. 문앞까지 나와 기다리던 그녀는 환한 웃음과 함께 나를 반겨주었고, 손수 내린 커피를 주면서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든다는 말을 계속했다. 가는길 까지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해주면서 감사를 전하는 그녀의 인사에 다시금 열심히 작업해야겠다는 다짐이 들면서 기분좋게 발걸음을 옮길수 있었다. 

집에 와 그녀가 건내준 Check(수표)꺼내어 보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J.P. Morgan에서 발행된 그녀의 수표를 보고 사진을 건내기 30분전 지하철에서 문득 생각났던 스타이켄과 모간과의 일화가 다시금 머리속을 맴돌았다...



Jennifer Vorbach, NY, 2011, Gelatin Silver Print.
photographed by Jason River


하나더,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지탈 카메라나 셀폰으로 촬영후 바로 확인하고 마음에 안드는 표정이라던지 어둡다거나, 혹은 이미지가 흐리다는 이유로 그자리에서 바로 지우는, 그게 디지탈 카메라의 매력이자 장점이라지만, 이시대의 당연한 행동패턴이 되어 버린 지금 조금만 참을성을 가지고 한달후, 일년후, 혹은 바로 다음날이라도 어제 지우려 했던 사진을 본다면 느낌이 많이 달라질 거라고 확신한다. 마치 J.P. Morgan이 마음에 안들어 했던 자신의 포트레이트를 일년 뒤 가지고 싶어했던것 처럼...



J.P. Morgan, NY, 1903
photographed by Edward Steichen 
 

Posted by Jason Ri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