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story2011. 8. 7. 05:26



Untitled, Brooklyn, NY, 2011



자주 사람들이 물어본다. 내 작업 이미지의 내용이 뭐냐고, 뭘 의미하는지 설명해 달라고...

한국에서 대학원 다닐때가 문득 떠오른다. 
수업중 각자의 작업을 벽에 걸고 자기작업에 대해서 설명한 후, 질문과 응답을 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다. 준비해온 이미지들과 그에 대한 자기의 생각, 촬영전과 후의 생각들...가만히 듣고 있으니 이런 의문이 생겼다.'저들은 과연 정말로 촬영전, 그리고 촬영 후에 그런생각을 했을까? 정말로 자기들의 생각일까? 아니면 수업을 위한, 좋은 점수를 위한 그런말들을 하고 있는걸까???' 각종 어려운 철학용어와 전문용어들로 그럴싸하게 포장된.

아무말 안하고 동기의 작업을 보고있는 나한테 갑자기 교수님이 한마디 해보라고 하셨다. 난 아무생각없이 "전 다른건, 그러니까 지금까지 다른사람들이 하는 말들에 대해선 잘 모르겠는데요..." 그리고 잠시 주저하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그냥 뱉었다, "그냥 사진이나 좀 잘 찍었으면 하는데요..."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내 동기의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해졌고 한쪽에서는 피식거리는 비웃음이 들리고, 강의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공격들이 날아들어왔다. 난 그냥 그 동기의 작업 이미지만을 보고 내 느낌을 얘기한 것 뿐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다...과연 잘찍는 사진이란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노출을 잘 맞춘? 초점이 잘 맞은? 구도가 안정적인? 

교수님도 조금 황당하셨는지 설명을 하신다. 작가들은 크게 두종류로 나뉜다고.
싸움으로 비교하자면 상대방이 나보다 크건 세건간에 일단 달려들고 보는 유형과, 싸우기전 내가 이길까 질까를 미리 머릿속으로 계산해서 싸울지 말지를 결정하는 유형. 예술가도 마찬가지, 무조건 해보고 확 풀어버리는 유형과 꼼꼼하게 머릿속으로 계산해서, 글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셀렉트된 이미지들만 대중에게 보이는 경우...각각에 대한 장단점은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둘중에 뭐가 맞고 틀린건 없단다, 단지 학교를 다니는 학생으로서는 두번째 유형도, 연습과 학습도 중요한 교육과정이고 필요하다는 명확한 설명을 들은 후에 머리를 숙였었다. 

난 지금 더이상 학생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도 항상 고민한다. 어떻게 내 작업에 대해서 설명해야 할지...작업을 하게 된 계기, 그때 그때의 나의 감정들, 그리고 촬영후의 내 느낌정도가 아직까지는 다인거 같다. 아니 그게 다였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쭈욱.
하지만 주변의 시선을 보고 있으면 뭔가 더 있기를 기대하는 눈치들이다. 특히나 시각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concept 이라던가 statement가 중요한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여기 미국의 교육도 크게 다를건 없다. 나같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대학에서 미국인들을 상대로 내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질문을 받아서 대답을 하는건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질문자체를 이해 못하겠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엉뚱한 대답을 하고, 어리버리한 내 프레젼테이션이 끝나고...
수업후 교수님이 나를 보자신다. 잔뜩 긴장한 마음으로 다가갔는데 굉장히 의외를 말을 나에게 하셨다.자신도 미국인이지만 요즘 미국학생들은 작업의 이미지 보다는 어떻게 말로 장황하게 풀고 그럴싸하게 포장할까를 더 고민한다고, 자기는 그게 너무 싫다고, 백마디 말로 전해지는 감정보다 어떨때는 단 한장의 사진이 주는 감동이 더 클때 그 사진은 엄청난 힘을 가진다고, 그러니 이미지에 더 집중해서 작업에 열중하라는. 마지막에 교수님이 넌지시 던진말, " Good job Jason, so just keep going!" 

만약 내 작업의 이미지도 훌륭한데 거기에다가 설명도, 질문에 대한 대답도 명쾌하게 잘 한다면 어떨까? 
글쎄...난 아직까지는 그런재주는 없다...내 스스로가 만족할 만한 작업의 이미지를 만드는것 조차도 벅찬데...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금은, 

"내가 만약 글로 내 작업을 잘 표현하고 싶으면 시인이나 글쓰는 사람, 혹은 평론가가 되려고 노력하지 굳이 예술가가 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I would be a poet or a writer, or even a critic rather than be an artist if I want to express my work with some words."   
 August 6th, 2011                                                                                                         




Portraiture,
Long Island City, NY, 2011

http://www.jasonriver.com/photography/portrai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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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ason Ri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