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story2012. 4. 6. 11:59






시대 우동, Seoul, January, 2012




예전에 무한도전 프로 중 정준하가 4수하던 시절 학원 근처 중국집에서 친구들과 음식을 먹고 돈을 안내고 도망갔던 사연의 방송이 기억난다. 몇십년이 지나 정준하가 성공해서 다시 그 분을 찾았을땐 예전에 중국집을 정리하고 조그만 푸드코드 마저 정리하려던 참에 그분을 찾아 눈물을 보이며 죄송하다는 말과, 인상 좋으신 중국집 사장님의 "그땐 다 그랬어." 라는 말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나역시 비슷한 일이 있었다. 


1994년, 고등학생이었던 난 집앞에 있는 독서실을 다녔다. 건물의 아랫층엔 조그만 우동집이 있었는데 사장님과 남편분이 운영하고 있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친구들과 김밥과 우동으로 허기진 배를 자주 채우곤 했는데, 어느날 주문을 하고 한참을 허겁지겁 김밥과 우동을 흡입하다가 주머니에 돈이 없다는걸 순간 깨닳았다(절대!!! 고의로 그런것이 아니다...). 일단 시작은 했으니 불안한 마음을 안고 우동국물까지 다 마신 후, 아줌마가 다른 사람의 김밥을 말고 있는 사이에 문을 열고 달아났다. 단골이었던 난 결국 독서실마저 집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옮겨 우동집앞으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그리고 이후에도 한동안 지나 다니지도 못했었던 아련한 기억이 난다... 


거의 20년이 지나 올해 겨울 한국에 잠시 들어갔을때 그때를 추억하며 다시 그 우동집을 찾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들여놨다...변하지 않은 실내 인테리어와 우동 뽑는 기계, 그릇들, 냄새들, 모든것이 똑같았다...심지어 가격마저도 그때와 별 차이가 안났다. 


주인 아주머니는 나를 알아보시지 못하고, 난 아무일 없었다는 듯 우동과 김밥을 주문해 18년전 그때로 돌아갔다...우동과 김밥을 만드시는 동안 카메라를 꺼내어 아주머니의 뒷모습도 찍었다. 이런....맛도 똑같았다!!!!!(당연하지 똑같은 분이 만들고 있으니....ㅎㅎㅎ) 음식을 다 먹고 용기를 내어 솔직히 말씀 드리고 돈을 더 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돌아가기 전에 한번더 다시 와 그때 말씀드리고 돈을 더 내자고 결심하고 나왔다. 머리가 많이 하얘지신, 얼굴의 주름이 많이 파이신 사장님의 얼굴을 보니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게 이렇게 우동과 김밥을 말으셨을까 나도 모르게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날 친형님과 술을 마시던중 이 우동집 얘기가 나왔다. 예전에 내가 했던 행동, 그리고 돌아가기전 다시 찾아가 18년전 우동과 김밥을 먹고 도망갔던 일을 말씀드리고 돈을 더 드리고 싶다고....








형이 갑자기 그러는 것이다. "나 그 우동집 주인 아들하고 고등학교 동창이잖아!! 야!! 그 집이 그 상가 건물 주인이야...ㅋㅋㅋ"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5층짜리의 양옆으로 엄청 큰 건물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그 건물의 수많은 상점들...자주가던 병원, 안경점, 서점, 그리고 독서실....그렇다...그 아줌마는 자신의 건물을 관리하면서 소일거리?로 지금까지 우동집을 운영하시고 계셨던 것이었다...












난 뉴욕으로 돌아오기전 다시 가 우동과 김밥을 시켜먹고 5500원만 내고 아무말없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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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ason Ri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