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story2012. 2. 17. 14:15



Albert Marquet, 제목 미상, 년도 미상



문득 이런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내가 죽고 나서 수십년, 수백년이 지난 후에도 내 작업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기억한다면 그 가치는 얼마정도가 될까...

Michael 이라는 친구가 있다. 나와 대학에서 같이 그림 작업을 하며 가끔 내 작업실에 와 맥주도 마시고, 특히나 예술작품에 대해서 토론하길 굉장히 좋아하는.  
얼마전 이 친구가 갑자기 전화를 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단 매우 고화질의 작업을 요하는 것이라며 저녁때 작업실로 온다고 했다. 
커다란 종이박스를 들고 작업실로 들어오면서 약간은 상기된 표정으로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하니 나역시 궁금해졌다. 박스를 열고 겹겹으로 된 포장들을 뜯으니 오래되 보이는 유화 한점이 눈에 들어왔다. 이 친구는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작품수집에도 관심이 많아 여러 경로를 통해서 크게 비싸지 않은 작품들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 얼마전 Ebay에 올라온 이 페인팅을 거금? 500달러(약 60만원)를 주고 구입했다는 말을 하면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작품을 받아 본 후 오른쪽 하단에 있는 작가의 싸인이 심상치 않아 인터넷을 한참을 뒤져 알아낸건 Albert Marquet(프랑스 화가.1875~1947.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Albert_Marquet )의 그림에 있는 싸인과 너무나 흡사하다는것. 그리고 작품의 구도라던지 색감등이 그가 생전에 남긴 작업과 거의 유사해 어느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사진을 찍어 프랑스 미술협회와 여기 뉴욕에 있는 크리스티 경매회사  http://www.christies.com/ 에 감정을 의뢰했다. 작품을 가져 온 그날 크리스티에 들려 작품감정을 받았더니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그려진 Albert Marquet의 진품이 거의 확실시 된다는 놀라운 이야기와 함께 작품의 가치는 약 10만달러(1억 2천만원 정도)에 이른다는 대답을 받았다. 더군다나 이 작품의 사진은 어느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프랑스 미술협회에서 들었다고. 크리스티에서 받은 감정서와 오늘 찍은 사진과 함께 작품을 가지고 조만간 프랑스로 갈거라고 하는 그의 말에 부러움과 동시에 바로 팔지 말고 좀더 보관하고 있으면 어떠냐는 의견을 냈다. 이 친구역시 그 생각을 해봤지만 첫번째로, 10만달러 가치의 작품을 브룩클린의 집에 놓고 있기가 불안하고, 두번째론 이 작품을 판 돈으로 또 다른 많은 작품들을 수집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같으면 작업실에서 맥주를 마신 후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갈 이 친구가 이날은 콜택시를 불러 조심스럽게 박스를 안고 돌아가는 모습을 본 후, 난 촬영한 Albert Marquet의 작품을 계속 떠올리며 집으로 가기위해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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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ason River